* 짧은 리얼물 및 혼잣말입니다.
* 뷔진, RPS, BL요소 다분함.
"제가 왜 형이랑 브이앱 안 하는 줄 아세요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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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김없이 나의 방을 자신의 방마냥 들락거리며, 내 침대 위에 누워서 브이앱을 보는 너가 문득 내게 물었다. 왜 브이앱을 안 하려는 줄 아냐고, 깊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. 어디서나 너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었다는 걸 은연 중에 알고 있었다. 나는 너의 감정이 두려워서 지금 이 순간을 피해야 할지, 받아들여야 할지, 모르겠다. 너는 그런 나의 마음을 꿰둟는다는 듯 말했다.
"...또 모르는척, 도망치려고..."
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. 방안에는 태형이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. 모르는 척 순진한 척 대답했다.
" 뭘....? 내가 언제..."
"지금이요."
항상 예의바르던 태형은 가끔 자신의 감정에 앞서 툭툭 치고 들어온다. 감정 앞에서는 오로지 직진만 하는 듯 했다. 태형이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. 문득 자세히 쳐다본 얼굴은 매우 지쳐있었다. 태형이 근처에 걸터앉았다.
"아니, 진짜 몰라서 그래. 내가 언제 도망쳤다고..."
이렇게까지 말하면, 그냥 넘어가주길 바랬다.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. 태형이는 아는지 모르는지,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으려하는 것 같다. 왜 하필 나를 좋아하고 그래...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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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국이와 지민이랑은 종종 브이앱을 같이 하고는 했다. 태형이도 막내니, 막내들과 같이 라이브하고 싶어서, 브이앱을 같이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. 태형이는 그럴때마다 번번히 거절하고는 했었다. 그때쯤 나는 태형이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차렸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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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형이는 화가 난 듯 보였다. 잠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, 조근조근 얘기를 한다. 방안에는 태형이의 목소리만이 울리고 있다.
"제가 왜 형이랑 브이앱 안하냐면요, 형이랑 단둘이 한공간에서 방송하면 감정을 들어낼것같아서요. 그런거 싫어하잖아요. 형은.. 지금도.. 도망치려하니까. 형동생, 멤버사이가 딱 적당한거죠? 형한테는.."
아... 태형이의 감정이 터진 순간이다. 타이밍도 뭣같아서는. 윤기가 들어와 "뭐야, 둘이 싸우는거야? 분위기 왜 이래?" 한마디 했다. 태형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자신의 방으로 갔고, 나는 결국 태형이한테 하려던 말을 한마디도 못했다.